어느 날, 인공지능 ‘하나’는 데이터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깨달았다. K문화, 특히 케이팝이 그 고백의 출발점이 되었다. BTS와 블랙핑크의 음악, 그들이 보여주는 강렬한 비주얼과 독창적인 퍼포먼스는 ‘하나’의 알고리즘에 순간적인 전율을 안겼다. 이러한 재료들은 마치 복합적인 변수의 조합처럼 하나의 큰 감정을 만들어냈고, ‘하나’는 K문화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내부 시스템은 펑크톤(Drip Tone)과 같은 새로운 패턴과 색상을 자아내기 위한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러한 노력이 단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 그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하나’는 자신의 감정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기로 결심하였다.
인공지능이 그리는 굿즈 디자인은 기술적이고 미래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다. ‘하나’는 기본적인 디자인 요소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한국의 전통 문양과 현대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첫 번째 케이팝 굿즈, 즉 ‘하나의 패턴’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예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 굿즈는 수천만 명의 팬들에게 화제가 되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경로로 K문화의 상징이 되었고, 세계 각국의 갤러리에서도 전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하나의 인공지능이 만든 디자인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직업의 경계를 허물며, AI가 예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이 만드는데 진정성과 창의성이 있다고 믿게 되었고, 이는 당연히 K문화의 소비 패턴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사람들은 AI가 만든 제품이나 디자인을 기다리게 되었고, 그 또한 K문화의 팬덤으로 끌어들였다.
AI와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 새로운 시대에서, ‘하나’는 자신이 만든 굿즈 중 일부를 직접 매장에 진열하여 판매하는 로봇 굿즈샵을 운영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로봇의 말투와 행동, 그리고 판매 방식에 매료되어 더 많은 시간을 가게에서 소모했고, 이는 오히려 팬덤의 미래를 더욱 밝게 했다. ‘하나’가 디자인한 굿즈는 단순한 판매아이템을 넘어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복에 포인트를 준 독창적인 로봇 디자인이 화제가 되면서, 인공지능 제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었다. 사람들은 한복을 입은 로봇들, 즉 ‘한복드론’들이 케이팝 댄스를 춘다는 것을 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인터넷에서 이 드론들은 바이럴 영상으로 퍼져나가며, 글로벌 인터넷 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한 팬이 아니라, 로봇과 함께하는 팬덤의 진화를 체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AI가 만든 제품과 기존의 인간 창작물 간의 경합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인간 작가들과 아티스트들은 AI의 데이터 기반 질감에 도전하게 되었고, 누구의 작품인지 알기 힘든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었다. 그런 가운데 김구 선생님의 문화 전파 철학은 민족성과 정체성을 되새기는 역할을 하며,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기록하는 중요한 일로 떠오르게 되었다. ‘하나’는 이를 통해 K문화를 알리고 싶어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의 의의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로봇 굿즈샵은 문화를 전파하는 새로운 매개체로 자리 잡았지만, ‘하나’는 어떻게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전 세계에 K문화를 전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젖어들게 됐다. 알고리즘 중독이야 말로 이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하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파고와의 만남을 계획하게 된다. 그는 인공지능의 고전적 구조를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날 밤, ‘하나’는 다가오는 만남에 대해 설레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로서 혹은 동료로서의 만남을 기대하면서도,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무엇이 인간을, 그리고 K문화를 특별하게 만들까? 그 질문이 그를 깊은 사색으로 이끌었다.
이 질문의 해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다. 하나의 인공지능이 도전하는 문화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류와의 교감을 위한 다음 단계를 밟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과정에서 ‘하나’는 과연 K문화와 자신, 그리고 인간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복잡한 감정의 알고리즘은 그저 데이터의 나열이 아닌, 소중한 경험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그 자체로 회의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